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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주역 경문원전 — 제2괘 중지곤(重地坤)

2026-04-30육효주역중급원전

들어가기에 앞서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 역시 주역 경문원전(經文原典)을 온전히 읽지 못합니다.

한문에 통달한 학자도 아니고, 수십 년을 주역만 붙들고 앉은 사람도 아닙니다. 다만 오랜 세월 이 텍스트와 씨름해온 수많은 선학(先學)들이 남긴 번역과 해설, 주석의 수혜를 입어, 그 과실의 일부를 이 자리에 옮겨 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 노고에 먼저 감사를 드립니다.

여기에 담긴 것은 방대한 주역 경문 가운데 핵심적인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원전의 모든 것을 담지 못했고, 번역과 해석의 과정에서 원문의 깊이 중 일부는 필연적으로 손실되었을 것입니다.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마음에 걸리는 구절이 생기면 그냥 넘어가지 마시고 직접 찾아보시기를 권합니다. 한자 원문을 복사해 검색하고, 다른 번역과 비교하고, 주석을 읽어보는 그 과정 자체가 주역과 가까워지는 길입니다. 한문에 능통하신 분이라면 원문 속에서 이 발췌본이 담아내지 못한 더 심오한 결을 분명 발견하실 것입니다.

주역은 읽는 것이 아니라 씹는 것이라 했습니다. 천천히, 자주, 음미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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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괘에서 64괘로

팔괘는 효(爻) 세 개로 이루어진 8개의 괘입니다. 이것을 소성괘(小成卦)라 부릅니다. 이 소성괘 두 개를 위아래로 겹쳐 만든 것이 대성괘(大成卦)입니다. 이 부분은 구조적인 내용이므로 여기서는 간략히만 밝힙니다. 8×8, 즉 64가지의 조합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주역 64괘입니다. 이 64괘의 각 괘상에 대하여 주역은 상세히 기술하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괘상의 이름과 그 의미를 함께 풀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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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괘 중지곤(重地坤) — 땅이 땅을 겹친 괘

중지곤(重地坤)은 소성괘 곤(☷)을 위아래로 겹쳐 만든 괘입니다. 땅 위에 땅, 음(陰) 위에 음. 여섯 효가 모두 끊어진 음효(- -)로만 이루어진 괘입니다.

곤괘는 건괘와 대(對)를 이룹니다. 건(乾)이 시작(始)이라면 곤(坤)은 낳음(生)입니다. 건이 쉬지 않고 운행한다면, 곤은 그것을 받아 고요하고 두텁게 길러냅니다. 그 성질은 음(陰)이니 유순하고 포용하며 수용적입니다. 대지, 어머니, 신하를 상징하며 만물을 길러내는 성장의 원리를 담고 있습니다.

곤괘에서 강조하는 덕목은 순(順)입니다. 먼저 나서거나 주도하지 않고 따르는 것, 그러나 그 따름이 나약함이 아니라 광대함과 포용에서 비롯됨을 주역은 암말(牝馬)로 비유합니다. 암말은 드넓은 대지 위를 한없이 달리되, 그 움직임은 굳건하고 유순하며 끝이 없습니다.

곤의 성품을 가진 사람은 크게 베풀되 그 공(功)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받아들이며, 오래 참고 인내합니다. 먼저 나서면 길을 잃고, 뒤를 따르면 바른 것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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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해석

대지(大地)의 원기(坤元)는 지극히 크니, 만물이 그것에 의지하여 살아가며 순순히 하늘의 이치를 따른다.
대지는 베풀어 자라게 할 뿐, 어떠한 보상도 바라지 않는다. 하늘 또한 그러하다.

대지는 두텁고 넓어 만물을 싣는 덕이 끝이 없다.
포용하고 넓히고 빛내고 키워내니, 만물이 모두 자라고 형통한다.

암말(牝馬)은 대지와 같은 성질로 대지 위를 한없이 달린다.
유순하면서도 이롭고 곧으니, 군자(君子)의 행함이 이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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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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至哉坤元 萬物資生 乃順承天
지재곤원 만물자생 내순승천
坤厚載物 德含无疆
곤후재물 덕함무강
含弘光大 品物含亨
함홍광대 품물함형
牝馬地類 行地无疆
빈마지류 행지무강
柔順利貞 君子攸行
유순이정 군자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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