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주역 경문원전 — 제3괘 수뢰둔(水雷屯)
들어가기에 앞서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 역시 주역 경문원전(經文原典)을 온전히 읽지 못합니다.
한문에 통달한 학자도 아니고, 수십 년을 주역만 붙들고 앉은 사람도 아닙니다. 다만 오랜 세월 이 텍스트와 씨름해온 수많은 선학(先學)들이 남긴 번역과 해설, 주석의 수혜를 입어, 그 과실의 일부를 이 자리에 옮겨 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 노고에 먼저 감사를 드립니다.
여기에 담긴 것은 방대한 주역 경문 가운데 핵심적인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원전의 모든 것을 담지 못했고, 번역과 해석의 과정에서 원문의 깊이 중 일부는 필연적으로 손실되었을 것입니다.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마음에 걸리는 구절이 생기면 그냥 넘어가지 마시고 직접 찾아보시기를 권합니다. 한자 원문을 복사해 검색하고, 다른 번역과 비교하고, 주석을 읽어보는 그 과정 자체가 주역과 가까워지는 길입니다. 한문에 능통하신 분이라면 원문 속에서 이 발췌본이 담아내지 못한 더 심오한 결을 분명 발견하실 것입니다.
주역은 읽는 것이 아니라 씹는 것이라 했습니다. 천천히, 자주, 음미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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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괘에서 64괘로
팔괘는 효(爻) 세 개로 이루어진 8개의 괘입니다. 이것을 소성괘(小成卦)라 부릅니다. 이 소성괘 두 개를 위아래로 겹쳐 만든 것이 대성괘(大成卦)입니다. 이 부분은 구조적인 내용이므로 여기서는 간략히만 밝힙니다. 8×8, 즉 64가지의 조합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주역 64괘입니다. 이 64괘의 각 괘상에 대하여 주역은 상세히 기술하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괘상의 이름과 그 의미를 함께 풀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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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괘 수뢰둔(水雷屯) — 물 아래 우레, 시작의 어려움
수뢰둔(水雷屯)은 위에 감(☵, 水), 아래에 진(☳, 雷)이 겹쳐진 괘입니다. 우레가 물 속에서 움직이는 형상이자, 구름과 우레가 천지간에 가득 차 있으나 아직 비가 내리지 않은 모습입니다.
둔(屯)은 '처음 나오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씨앗이 땅을 뚫고 나오듯, 모든 시작은 저항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굳셈(剛)과 부드러움(柔)이 처음 만나는 자리이며, 움직이고자 하나 험난함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이 괘는 건(하늘)과 곤(땅) 다음에 옵니다. 하늘과 땅이 있은 뒤에 비로소 만물이 생겨나니, 그 시작이 으레 험난하고 가득찬 것이라고 주역은 말합니다. 준괘는 그 태초의 어려움을 상징합니다.
주역은 이 어려움 앞에서 혼자 힘으로 헤쳐나가려 하지 말고 조력자를 세우라고 권합니다. 잠시 안정이 찾아와도 그것이 영구한 것이라 여기지 말아야 합니다. 삶은 본래 수고로운 것이기에, 시작의 어려움은 끝이 아니라 과정임을 이 괘는 가르칩니다.
※ 屯의 전통 독음은 '준'입니다. 관습적으로 '둔'으로 읽기도 하는데, 진치고 모이는 뜻의 '둔(屯)'과 막히고 어렵다는 뜻의 '준(屯)'은 동일 한자의 다른 발음입니다. 괘상의 의미와 상통하는 독음은 '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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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해석
준(屯)은 굳셈(剛)과 부드러움(柔)이 처음으로 사귀어 어렵게 태어난 것이니,
험난함 속에서 움직이는 새싹과 같다.
잘 참고 견디며 바른 길을 걸으면 크게 떨쳐 일어날 수 있어 이롭다.
우레와 비구름이 천지간(天地間)에 가득하다.
시운(時運)에 따른 움직임이라 하더라도 초창기(草創期)는 어둡고 어지러울 때이니,
마땅히 조력자(諸侯)를 세워 세상을 평온하게 함에 도움을 받는다.
잠시 평온해지더라도 편안히 여기지 말고 스스로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삶은 영원히 수고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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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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屯 剛柔始交而難生
준 강유시교이난생
動乎險中 大亨貞
동호험중 대형정
雷雨之動滿盈
뇌우지동만영
天造草昧 宜建侯而不寧
천조초매 의건후이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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