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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주역 경문원전 — 제8괘 수지비(水地比)

2026-04-30육효주역중급원전

들어가기에 앞서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 역시 주역 경문원전(經文原典)을 온전히 읽지 못합니다.

한문에 통달한 학자도 아니고, 수십 년을 주역만 붙들고 앉은 사람도 아닙니다. 다만 오랜 세월 이 텍스트와 씨름해온 수많은 선학(先學)들이 남긴 번역과 해설, 주석의 수혜를 입어, 그 과실의 일부를 이 자리에 옮겨 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 노고에 먼저 감사를 드립니다.

여기에 담긴 것은 방대한 주역 경문 가운데 핵심적인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원전의 모든 것을 담지 못했고, 번역과 해석의 과정에서 원문의 깊이 중 일부는 필연적으로 손실되었을 것입니다.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마음에 걸리는 구절이 생기면 그냥 넘어가지 마시고 직접 찾아보시기를 권합니다. 한자 원문을 복사해 검색하고, 다른 번역과 비교하고, 주석을 읽어보는 그 과정 자체가 주역과 가까워지는 길입니다. 한문에 능통하신 분이라면 원문 속에서 이 발췌본이 담아내지 못한 더 심오한 결을 분명 발견하실 것입니다.

주역은 읽는 것이 아니라 씹는 것이라 했습니다. 천천히, 자주, 음미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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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괘에서 64괘로

팔괘는 효(爻) 세 개로 이루어진 8개의 괘입니다. 이것을 소성괘(小成卦)라 부릅니다. 이 소성괘 두 개를 위아래로 겹쳐 만든 것이 대성괘(大成卦)입니다. 이 부분은 구조적인 내용이므로 여기서는 간략히만 밝힙니다. 8×8, 즉 64가지의 조합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주역 64괘입니다. 이 64괘의 각 괘상에 대하여 주역은 상세히 기술하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괘상의 이름과 그 의미를 함께 풀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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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괘 수지비(水地比) — 물 아래 땅, 친밀과 화합

수지비(水地比)는 위에 감(☵, 水), 아래에 곤(☷, 地)이 겹쳐진 괘입니다. 대지 위에 물이 고여 땅과 하나가 된 형상으로, 서로 밀착하고 친밀하게 어우러지는 모습입니다.

비(比)는 친밀함, 가까이 함께함, 서로 돕고 의지함을 뜻합니다. 앞 괘 사(師)가 무리를 통솔하는 힘의 원리였다면, 비(比)는 그 무리가 자발적으로 서로에게 기대고 따르는 화합의 원리입니다.

이 괘의 중심은 강하고 중정(中正)한 자리에 있는 구오(九五)입니다. 신뢰할 수 있는 중심이 있을 때 비로소 사람들이 그 주위로 모여들고 상하가 서로 편안하게 호응합니다.

주역은 친밀함과 화합은 삶의 도리라고 말합니다. 서로 돕고 가까이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이치이니, 이 도리를 따르지 않고 뒤처지는 자는 결국 곤궁해진다고 경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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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해석

비(比)가 길한 까닭은 함께하며 서로 돕기 때문이고, 아랫사람이 순종하기 때문이다.

"원서원영정무구(原筮元永貞无咎)"라고 한 까닭은,
친밀한 관계의 주재자(主宰者)인 구오(九五)가 굳세고 중정(中正)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불령방래(不寧方來)"는 상하가 서로 편안하게 해주며 호응(呼應)하기 때문이다.

"후부흉(後夫凶)"은, 서로 친밀하게 도와야만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삶의 도리이므로
그 도리를 따르지 않고 뒤처지는 사나이는 곤궁하게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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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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比吉也 比輔也 下順從也
비길야 비보야 하순종야
原筮元永貞无咎 以剛中也
원서원영정무구 이강중야
不寧方來 上下應也
불령방래 상하응야
後夫凶 其道窮也
후부흉 기도궁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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