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주역 경문원전 — 제12괘 천지비(天地否)
들어가기에 앞서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 역시 주역 경문원전(經文原典)을 온전히 읽지 못합니다.
한문에 통달한 학자도 아니고, 수십 년을 주역만 붙들고 앉은 사람도 아닙니다. 다만 오랜 세월 이 텍스트와 씨름해온 수많은 선학(先學)들이 남긴 번역과 해설, 주석의 수혜를 입어, 그 과실의 일부를 이 자리에 옮겨 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 노고에 먼저 감사를 드립니다.
여기에 담긴 것은 방대한 주역 경문 가운데 핵심적인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원전의 모든 것을 담지 못했고, 번역과 해석의 과정에서 원문의 깊이 중 일부는 필연적으로 손실되었을 것입니다.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마음에 걸리는 구절이 생기면 그냥 넘어가지 마시고 직접 찾아보시기를 권합니다. 한자 원문을 복사해 검색하고, 다른 번역과 비교하고, 주석을 읽어보는 그 과정 자체가 주역과 가까워지는 길입니다. 한문에 능통하신 분이라면 원문 속에서 이 발췌본이 담아내지 못한 더 심오한 결을 분명 발견하실 것입니다.
주역은 읽는 것이 아니라 씹는 것이라 했습니다. 천천히, 자주, 음미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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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괘에서 64괘로
팔괘는 효(爻) 세 개로 이루어진 8개의 괘입니다. 이것을 소성괘(小成卦)라 부릅니다. 이 소성괘 두 개를 위아래로 겹쳐 만든 것이 대성괘(大成卦)입니다. 이 부분은 구조적인 내용이므로 여기서는 간략히만 밝힙니다. 8×8, 즉 64가지의 조합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주역 64괘입니다. 이 64괘의 각 괘상에 대하여 주역은 상세히 기술하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괘상의 이름과 그 의미를 함께 풀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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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괘 천지비(天地否) — 하늘 아래 땅, 막힘의 괘
천지비(天地否)는 위에 건(☰, 天), 아래에 곤(☷, 地)이 겹쳐진 괘입니다. 앞 괘 지천태(地天泰)와 정반대 구조입니다. 하늘은 위로 오르려 하고 땅은 아래로 내려가려 하니, 천지가 등을 돌리고 서로 만나지 않는 형상입니다.
비(否)는 막힘, 통하지 않음, 부정(否定)을 뜻합니다. 태(泰)가 소통과 형통의 상태라면, 비(否)는 그 반대로 위아래가 단절되어 만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겉으로는 양명(陽明)한 체하되 속마음은 음험(陰險)하고, 자신에게는 유약하면서 남에게는 강경하게 대합니다. 마음속으로 소인을 끌어들이고 군자를 밀어냅니다. 그 결과 소인의 도는 자라나고 군자의 도는 사라집니다.
비괘는 불통(不通)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위아래가 소통하지 않으면 어떤 조직도 존립하기 어렵습니다. 태(泰)와 비(否)를 나란히 읽어야 그 대비가 깊이 새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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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해석
비(否)는 못된 자(小人)가 가로막고 있어 군자(君子)의 도리가 행해지지 못하는 상태이다.
이는 천지가 화합하지 못하면 만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는 뜻이다.
나라의 각급 직무담당자가 서로 화합하지 못하면 그런 나라는 결코 존립할 수 없다.
속마음은 음험(陰險)하면서 겉으로는 양명(陽明)한 체하고,
안으로 자신에게는 유약하면서 밖으로 남에게는 굳센 척 뻣뻣하게 대한다.
마음속으로 소인(小人)을 끌어들이면서 군자(君子)를 밖으로 밀어낸다.
그래서 소인의 도(道)는 자라나고 군자의 도(道)는 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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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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否之匪人不利君子貞大往小來
비지비인불리군자정대왕소래
則是天地不交而萬物不通也
즉시천지불교이만물불통야
上下不交而天下无邦也
상하불교이천하무방야
內陰而外陽 內柔而外剛
내음이외양 내유이외강
內小人而外君子
내소인이외군자
小人道長 君子道消也
소인도장 군자도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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