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주역 경문원전 — 제15괘 지산겸(地山謙)
들어가기에 앞서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 역시 주역 경문원전(經文原典)을 온전히 읽지 못합니다.
한문에 통달한 학자도 아니고, 수십 년을 주역만 붙들고 앉은 사람도 아닙니다. 다만 오랜 세월 이 텍스트와 씨름해온 수많은 선학(先學)들이 남긴 번역과 해설, 주석의 수혜를 입어, 그 과실의 일부를 이 자리에 옮겨 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 노고에 먼저 감사를 드립니다.
여기에 담긴 것은 방대한 주역 경문 가운데 핵심적인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원전의 모든 것을 담지 못했고, 번역과 해석의 과정에서 원문의 깊이 중 일부는 필연적으로 손실되었을 것입니다.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마음에 걸리는 구절이 생기면 그냥 넘어가지 마시고 직접 찾아보시기를 권합니다. 한자 원문을 복사해 검색하고, 다른 번역과 비교하고, 주석을 읽어보는 그 과정 자체가 주역과 가까워지는 길입니다. 한문에 능통하신 분이라면 원문 속에서 이 발췌본이 담아내지 못한 더 심오한 결을 분명 발견하실 것입니다.
주역은 읽는 것이 아니라 씹는 것이라 했습니다. 천천히, 자주, 음미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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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괘에서 64괘로
팔괘는 효(爻) 세 개로 이루어진 8개의 괘입니다. 이것을 소성괘(小成卦)라 부릅니다. 이 소성괘 두 개를 위아래로 겹쳐 만든 것이 대성괘(大成卦)입니다. 이 부분은 구조적인 내용이므로 여기서는 간략히만 밝힙니다. 8×8, 즉 64가지의 조합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주역 64괘입니다. 이 64괘의 각 괘상에 대하여 주역은 상세히 기술하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괘상의 이름과 그 의미를 함께 풀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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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괘 지산겸(地山謙) — 땅 아래 산, 겸손의 덕
지산겸(地山謙)은 위에 곤(☷, 地), 아래에 간(☶, 山)이 겹쳐진 괘입니다. 높고 큰 산이 땅 아래 숨어 있는 형상으로, 큰 것이 스스로를 낮추어 감추고 있는 모습입니다.
겸(謙)은 겸손함을 뜻합니다. 64괘 중에서 유일하게 여섯 효 모두가 길한 괘입니다. 겸손한 자리에 있으면 어느 효든 허물이 없습니다.
주역은 겸손을 단순한 처세술이 아닌 천지자연의 이치로 설명합니다. 하늘은 가득 찬 것을 덜어 겸손한 것에 보태주고, 땅은 가득 찬 것을 변화시켜 겸손한 것으로 흐르게 합니다. 귀신마저 가득 찬 자에게 해를 주고 겸손한 자에게 복을 줍니다.
고귀한 자리에 있어도 겸손하면 더욱 빛나고, 낮은 처지에 있어도 겸손하면 함부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주역은 이것이 군자가 끝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는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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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해석
겸(謙)이 형통한 것은,
군자인 구삼(九三)이 펼치는 하늘의 도리가 아래에 혜택을 베풀어 빛나고
땅의 작용이 낮은 데서 위로 올라가 호응하기 때문이다.
하늘의 작용은 가득 찬 것을 덜어서 겸손한 것에 보태주고,
땅의 작용은 가득 찬 것을 변하게 하여 겸손한 것으로 흐르게 한다.
귀신은 가득 찬 것에 해를 주고 겸손한 자에게 복을 주며,
사람의 도는 가득 찬(교만한) 것을 싫어하고 겸손한 것을 좋아한다.
겸손함은 고귀하면서도 빛나고,
낮은 처지에 있어도 무시하여 뛰어넘을 수 없으니
이것이 군자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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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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謙亨
겸형
天道下濟而光明 地道卑而上行
천도하제이광명 지도비이상행
天道虧盈而益謙 地道變盈而流謙
천도휴영이익겸 지도변영이유겸
鬼神害盈而福謙 人道惡盈而好謙
귀신해영이복겸 인도오영이호겸
謙
겸
尊而光 卑而不可踰
존이광 비이불가유
君子之終也
군자지종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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