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주역 경문원전 — 제18괘 산풍고(山風蠱)
들어가기에 앞서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 역시 주역 경문원전(經文原典)을 온전히 읽지 못합니다.
한문에 통달한 학자도 아니고, 수십 년을 주역만 붙들고 앉은 사람도 아닙니다. 다만 오랜 세월 이 텍스트와 씨름해온 수많은 선학(先學)들이 남긴 번역과 해설, 주석의 수혜를 입어, 그 과실의 일부를 이 자리에 옮겨 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 노고에 먼저 감사를 드립니다.
여기에 담긴 것은 방대한 주역 경문 가운데 핵심적인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원전의 모든 것을 담지 못했고, 번역과 해석의 과정에서 원문의 깊이 중 일부는 필연적으로 손실되었을 것입니다.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마음에 걸리는 구절이 생기면 그냥 넘어가지 마시고 직접 찾아보시기를 권합니다. 한자 원문을 복사해 검색하고, 다른 번역과 비교하고, 주석을 읽어보는 그 과정 자체가 주역과 가까워지는 길입니다. 한문에 능통하신 분이라면 원문 속에서 이 발췌본이 담아내지 못한 더 심오한 결을 분명 발견하실 것입니다.
주역은 읽는 것이 아니라 씹는 것이라 했습니다. 천천히, 자주, 음미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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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괘에서 64괘로
팔괘는 효(爻) 세 개로 이루어진 8개의 괘입니다. 이것을 소성괘(小成卦)라 부릅니다. 이 소성괘 두 개를 위아래로 겹쳐 만든 것이 대성괘(大成卦)입니다. 이 부분은 구조적인 내용이므로 여기서는 간략히만 밝힙니다. 8×8, 즉 64가지의 조합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주역 64괘입니다. 이 64괘의 각 괘상에 대하여 주역은 상세히 기술하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괘상의 이름과 그 의미를 함께 풀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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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괘 산풍고(山風蠱) — 산 아래 바람, 폐단과 혁신
산풍고(山風蠱)는 위에 간(☶, 山), 아래에 손(☴, 風)이 겹쳐진 괘입니다. 산 아래에서 바람이 불어 산 속에 들어가 맴도는 형상으로, 고여서 썩어가는 것을 바람이 헤집는 모습입니다.
고(蠱)는 벌레가 그릇 속에 생긴다는 뜻으로, 오래된 폐단, 부패, 적폐를 의미합니다. 양강(陽剛)한 효가 위로 올라가고 음유(陰柔)한 효가 아래로 내려와 공손하게 멈춘 형세입니다. 앞 괘 수(隨)가 따름의 기쁨이라면, 고(蠱)는 그 뒤에 쌓인 폐단을 다스리는 과제입니다.
주역은 고(蠱)를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썩은 것을 제대로 다스리면 크게 성장하고 천하가 다스려집니다. 문제는 치고(治蠱), 즉 폐단을 다스리는 방법에 있습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그 발단과 추이, 뒤따를 영향을 신중하게 살펴야 합니다.
괴란이 끝나면 다스림이 새롭게 시작됩니다. 주역은 이것이 하늘의 운행과 같다고 말합니다. 썩음은 새로운 시작의 전제이며, 고(蠱)를 두려워하지 않고 바르게 다스리는 자에게 형통함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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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해석
고(蠱)의 괘상은 지천태(地天泰)의 괘상에서 변화한 모습이다.
양강(陽剛)인 초구(初爻)가 위로 가고 음유(陰柔)한 상육(上六)이 아래로 와서 공손하게 멈춘 것이다.
고(蠱)를 잘 다스리면 크게 성장하니 천하가 다스려진다.
고(蠱)에서 벗어나면 큰 강을 건너는 것 같은 큰일을 해도 이롭다.
고(蠱)를 다스리려면 일을 시작하기 전에
그 발단과 추이, 뒤따를 영향을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
괴란(壞亂)이 끝나면 다스림이 새롭게 시작되나니,
하늘의 운행(天行)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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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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蠱 剛上而柔下 巽而止 蠱
고 강상이유하 손이지 고
蠱元亨 而天下治也
고원형 이천하치야
利涉大川 往有事也
이섭대천 왕유사야
先甲三日後甲三日 終則有始 天行也
선갑삼일후갑삼일 종즉유시 천행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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