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주역 경문원전 — 제22괘 산화비(山火賁)
들어가기에 앞서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 역시 주역 경문원전(經文原典)을 온전히 읽지 못합니다.
한문에 통달한 학자도 아니고, 수십 년을 주역만 붙들고 앉은 사람도 아닙니다. 다만 오랜 세월 이 텍스트와 씨름해온 수많은 선학(先學)들이 남긴 번역과 해설, 주석의 수혜를 입어, 그 과실의 일부를 이 자리에 옮겨 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 노고에 먼저 감사를 드립니다.
여기에 담긴 것은 방대한 주역 경문 가운데 핵심적인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원전의 모든 것을 담지 못했고, 번역과 해석의 과정에서 원문의 깊이 중 일부는 필연적으로 손실되었을 것입니다.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마음에 걸리는 구절이 생기면 그냥 넘어가지 마시고 직접 찾아보시기를 권합니다. 한자 원문을 복사해 검색하고, 다른 번역과 비교하고, 주석을 읽어보는 그 과정 자체가 주역과 가까워지는 길입니다. 한문에 능통하신 분이라면 원문 속에서 이 발췌본이 담아내지 못한 더 심오한 결을 분명 발견하실 것입니다.
주역은 읽는 것이 아니라 씹는 것이라 했습니다. 천천히, 자주, 음미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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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괘에서 64괘로
팔괘는 효(爻) 세 개로 이루어진 8개의 괘입니다. 이것을 소성괘(小成卦)라 부릅니다. 이 소성괘 두 개를 위아래로 겹쳐 만든 것이 대성괘(大成卦)입니다. 이 부분은 구조적인 내용이므로 여기서는 간략히만 밝힙니다. 8×8, 즉 64가지의 조합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주역 64괘입니다. 이 64괘의 각 괘상에 대하여 주역은 상세히 기술하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괘상의 이름과 그 의미를 함께 풀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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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괘 산화비(山火賁) — 산 아래 불, 꾸밈의 원리
산화비(山火賁)는 위에 간(☶, 山), 아래에 리(☲, 火)가 겹쳐진 괘입니다. 산 아래에서 불빛이 비추어 산의 모습을 밝고 아름답게 드러내는 형상으로, 실체가 꾸밈을 통해 더욱 빛나는 모습입니다.
비(賁)는 '꾸민다', '장식한다', '무늬를 이룬다'는 뜻입니다. 부드러운 것이 내려와 굳센 것을 꾸미고, 굳센 것이 올라가 부드러운 것을 꾸밉니다. 굳셈과 부드러움이 교차하여 무늬를 이루는 것이 하늘의 꾸밈이요, 이를 인간 세상에 적용하여 교화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인문(人文)입니다.
그러나 주역은 꾸밈에 경계도 함께 전합니다. 적당한 꾸밈은 실체를 밝게 하고 일에 도움을 주지만, 지나친 꾸밈은 실체를 가리고 오히려 해가 됩니다. 과공(過恭)은 비례(非禮)입니다.
개회식이나 임명식 같은 의식도 일종의 꾸밈입니다. 꾸밈은 낭비가 아니라 의도한 일을 더욱 성하게 하는 수단입니다. 다만 그것이 실체보다 앞서지 않도록, 적당한 선에서 그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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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해석
비(賁)괘는 형통하다. 부드러운 것이 내려와서 굳센 것을 꾸미니 형통한 것이다.
굳셈이 올라가 부드러운 것을 꾸미니 작은 일에는 나아가면 이롭다.
굳셈과 부드러움이 교차하여 꾸며서 무늬를 이루니 이것이 하늘의 꾸밈이다.
밝음으로써 나아감을 적당한 선에서 그치니 이것이 인문(人文)이다.
하늘의 꾸밈을 관찰하여 계절 변화의 때에 맞추고,
인간 세상의 꾸밈을 관찰하여 세상을 교화하고 조화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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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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賁亨 柔來而文剛 故 亨
비형 유래이문강 고 형
分剛上而文柔 故 小利有攸往
분강상이문유 고 소리유유왕
天文也 文明以止 人文也
천문야 문명이지 인문야
觀乎天文 以察時變
관호천문 이찰시변
觀乎人文 以化成天下
관호인문 이화성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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