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주역 경문원전 — 제33괘 천산둔(天山遯)
들어가기에 앞서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 역시 주역 경문원전(經文原典)을 온전히 읽지 못합니다.
한문에 통달한 학자도 아니고, 수십 년을 주역만 붙들고 앉은 사람도 아닙니다. 다만 오랜 세월 이 텍스트와 씨름해온 수많은 선학(先學)들이 남긴 번역과 해설, 주석의 수혜를 입어, 그 과실의 일부를 이 자리에 옮겨 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 노고에 먼저 감사를 드립니다.
여기에 담긴 것은 방대한 주역 경문 가운데 핵심적인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원전의 모든 것을 담지 못했고, 번역과 해석의 과정에서 원문의 깊이 중 일부는 필연적으로 손실되었을 것입니다.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마음에 걸리는 구절이 생기면 그냥 넘어가지 마시고 직접 찾아보시기를 권합니다. 한자 원문을 복사해 검색하고, 다른 번역과 비교하고, 주석을 읽어보는 그 과정 자체가 주역과 가까워지는 길입니다. 한문에 능통하신 분이라면 원문 속에서 이 발췌본이 담아내지 못한 더 심오한 결을 분명 발견하실 것입니다.
주역은 읽는 것이 아니라 씹는 것이라 했습니다. 천천히, 자주, 음미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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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괘에서 64괘로
팔괘는 효(爻) 세 개로 이루어진 8개의 괘입니다. 이것을 소성괘(小成卦)라 부릅니다. 이 소성괘 두 개를 위아래로 겹쳐 만든 것이 대성괘(大成卦)입니다. 이 부분은 구조적인 내용이므로 여기서는 간략히만 밝힙니다. 8×8, 즉 64가지의 조합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주역 64괘입니다. 이 64괘의 각 괘상에 대하여 주역은 상세히 기술하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괘상의 이름과 그 의미를 함께 풀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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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괘 천산둔(天山遯) — 하늘 아래 산, 물러남의 지혜
천산둔(天山遯)은 위에 건(☰, 天), 아래에 간(☶, 山)이 겹쳐진 괘입니다. 산이 비록 높지만 하늘 아래 있는 형상으로, 소인의 세력이 아래에서 점차 자라나자 군자가 물러나 은둔하는 모습입니다.
둔(遯)은 '물러난다', '은둔한다'는 뜻입니다. 구오(九五)가 중정(中正)의 자리를 지키며 호응하되, 아래에서 음(陰)의 세력이 물이 스며들듯 점점 자라납니다. 이때 억지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 때를 알고 물러나는 것이 오히려 형통합니다.
주역은 물러남을 패배로 보지 않습니다. 산이 높으면 오르기 어렵듯, 인품이 높으면 위엄이 생깁니다. 소인을 미워하거나 나쁜 말로 대하지 않고, 다만 거리를 둡니다. 은퇴한 뒤에는 자기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도록 지내야 형통합니다.
둔(遯)의 때가 가지는 의미는 큽니다.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아는 것, 그것이 군자의 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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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해석
은둔(隱遁)하면 형통하다는 것은 은둔하여서 어려운 일이 잘 트인다는 뜻이다.
굳센 구오(九五)가 중정(中正)의 마땅한 자리에 있으면서 아래의 육이(六二)와 정응(正應)하니,
영고성쇠(榮枯盛衰)는 시절의 변화와 함께한다.
"소리정(小利貞)"은 점차 자라나는 음(陰)의 힘을 작게 해야 올바르게 이롭다는 말이다.
아래로부터 음의 세력이 물처럼 스며들어 점차 자라나지만
아직은 올바름을 지니고 있어 의로움을 해치지 않기 때문이다.
은둔해야 할 시절에는 시의(時義)에 맞게 처신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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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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遯亨 遯而亨也
둔형 둔이형야
剛當位而應 與時行也
강당위이응 여시행야
小利貞 浸而長也
소리정 침이장야
遯之時義大矣哉
둔지시의대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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