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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주역 경문원전 — 제38괘 화택규(火澤睽)

2026-04-30육효주역중급원전

들어가기에 앞서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 역시 주역 경문원전(經文原典)을 온전히 읽지 못합니다.

한문에 통달한 학자도 아니고, 수십 년을 주역만 붙들고 앉은 사람도 아닙니다. 다만 오랜 세월 이 텍스트와 씨름해온 수많은 선학(先學)들이 남긴 번역과 해설, 주석의 수혜를 입어, 그 과실의 일부를 이 자리에 옮겨 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 노고에 먼저 감사를 드립니다.

여기에 담긴 것은 방대한 주역 경문 가운데 핵심적인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원전의 모든 것을 담지 못했고, 번역과 해석의 과정에서 원문의 깊이 중 일부는 필연적으로 손실되었을 것입니다.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마음에 걸리는 구절이 생기면 그냥 넘어가지 마시고 직접 찾아보시기를 권합니다. 한자 원문을 복사해 검색하고, 다른 번역과 비교하고, 주석을 읽어보는 그 과정 자체가 주역과 가까워지는 길입니다. 한문에 능통하신 분이라면 원문 속에서 이 발췌본이 담아내지 못한 더 심오한 결을 분명 발견하실 것입니다.

주역은 읽는 것이 아니라 씹는 것이라 했습니다. 천천히, 자주, 음미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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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괘에서 64괘로

팔괘는 효(爻) 세 개로 이루어진 8개의 괘입니다. 이것을 소성괘(小成卦)라 부릅니다. 이 소성괘 두 개를 위아래로 겹쳐 만든 것이 대성괘(大成卦)입니다. 이 부분은 구조적인 내용이므로 여기서는 간략히만 밝힙니다. 8×8, 즉 64가지의 조합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주역 64괘입니다. 이 64괘의 각 괘상에 대하여 주역은 상세히 기술하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괘상의 이름과 그 의미를 함께 풀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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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괘 화택규(火澤睽) — 불 아래 연못, 어긋남의 괘

화택규(火澤睽)는 위에 리(☲, 火), 아래에 태(☱, 澤)가 겹쳐진 괘입니다. 불은 위로 타오르고 연못은 아래로 스며드는 형상으로, 두 기운이 서로 등지고 어긋나는 모습입니다.

규(睽)는 '어긋난다', '등진다'는 뜻입니다. 두 여인이 한집에 살지만 뜻이 맞지 않는 상(象)으로, 겉으로는 서로 떨어져 있는 듯 보이지만 같은 집안이기에 내면에서는 화합을 원하고 있습니다. 작은 일부터 차근차근 처리해 나가면 길합니다.

규괘가 가르치는 깊은 이치는 어긋남 속의 통일입니다. 천지는 다르지만 하는 일은 같고, 남녀는 의견이 달라도 가족을 위하는 뜻은 통하며, 만물은 각각 다르지만 이치는 비슷합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 진정한 소통이 시작됩니다.

규의 시절에는 예(禮)로 소통하고 진심으로 상대의 마음을 흔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표현되지 않은 애정과 감사는 상대가 알 수 없습니다. 어긋난 관계를 풀어내는 열쇠는 형식을 갖춘 진심 어린 표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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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해석

규(睽)괘는 불이 위로 타오르고 연못은 아래로 흘러내리는 형국이니, 두 여인이 함께 살지만 그 생각과 행동을 함께하지 않는 괘상(卦象)이다.

기쁘며 밝음에 끼어들어 뜻을 나타내고, 중심자리를 얻어 굳센 구이(九二)와 응(應)하는 위치를 가지고 있다. 이렇기 때문에 작은 일부터 차근차근 처리해 나가면 길한 것이다.

천지는 다르지만 그 하는 일은 같고, 남녀는 의견이 다르지만 가족을 위하는 뜻은 통하며, 만물은 다르지만 그 이치는 비슷하니, 규(睽)의 때와 작용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개별로는 다르나 전체로는 화합 통일되어 세상을 조화롭게 만드는 것이다. 예(禮)에 의한 소통이란 일방이 아닌 쌍방전달(雙方傳達)이다. 표현되지 않은 애정이나 감사한 마음은 상대방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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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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睽 火動而上 澤動而下
규 화동이상 택동이하
二女同居 其志不同行
이녀동거 기지부동행
說而麗乎明 柔進而上行
열이려호명 유진이상행
得中而應乎剛 是以小事吉
득중이응호강 시이소사길
天地睽而其事同也
천지규이기사동야
男女睽而其志通也
남녀규이기지통야
萬物睽而其事類也
만물규이기사류야
睽之時用大矣哉
규지시용대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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