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주역 경문원전 — 제43괘 택천쾌(澤天夬)
들어가기에 앞서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 역시 주역 경문원전(經文原典)을 온전히 읽지 못합니다.
한문에 통달한 학자도 아니고, 수십 년을 주역만 붙들고 앉은 사람도 아닙니다. 다만 오랜 세월 이 텍스트와 씨름해온 수많은 선학(先學)들이 남긴 번역과 해설, 주석의 수혜를 입어, 그 과실의 일부를 이 자리에 옮겨 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 노고에 먼저 감사를 드립니다.
여기에 담긴 것은 방대한 주역 경문 가운데 핵심적인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원전의 모든 것을 담지 못했고, 번역과 해석의 과정에서 원문의 깊이 중 일부는 필연적으로 손실되었을 것입니다.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마음에 걸리는 구절이 생기면 그냥 넘어가지 마시고 직접 찾아보시기를 권합니다. 한자 원문을 복사해 검색하고, 다른 번역과 비교하고, 주석을 읽어보는 그 과정 자체가 주역과 가까워지는 길입니다. 한문에 능통하신 분이라면 원문 속에서 이 발췌본이 담아내지 못한 더 심오한 결을 분명 발견하실 것입니다.
주역은 읽는 것이 아니라 씹는 것이라 했습니다. 천천히, 자주, 음미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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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괘에서 64괘로
팔괘는 효(爻) 세 개로 이루어진 8개의 괘입니다. 이것을 소성괘(小成卦)라 부릅니다. 이 소성괘 두 개를 위아래로 겹쳐 만든 것이 대성괘(大成卦)입니다. 이 부분은 구조적인 내용이므로 여기서는 간략히만 밝힙니다. 8×8, 즉 64가지의 조합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주역 64괘입니다. 이 64괘의 각 괘상에 대하여 주역은 상세히 기술하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괘상의 이름과 그 의미를 함께 풀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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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괘 택천쾌(澤天夬) — 연못 아래 하늘, 결단의 괘
택천쾌(澤天夬)는 위에 태(☱, 澤), 아래에 건(☰, 天)이 겹쳐진 괘입니다. 연못의 물이 하늘 위에 올라가 있는 형상으로, 다섯 개의 양(陽)이 위에 남은 하나의 음(陰)을 결단하여 털어내려는 모습입니다.
쾌(夬)는 '씩씩하게 결단한다', '털어낸다'는 뜻입니다. 다섯 양강(陽剛)한 기운이 결단하여 하나의 음유(陰柔)한 기운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독재하는 간신이 위에 있어 아래의 바른 신하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타도하려는 형국입니다.
그러나 결단에는 방법이 있습니다. 강경책으로 결단하되 유화책으로 화합을 이루어야 하고, 성실한 믿음으로 위태로움을 공개적으로 알려야 합니다. 폭력에만 의존하면 신망에 흠이 가고 오히려 자기편이 궤멸될 수 있습니다. 세가 왕성함을 믿고 적을 방치하거나 내부 지휘체계를 세우지 않은 채 무력에만 기대는 것은 패착입니다.
쾌(夬)의 올바른 결단은 대의(大義)에 근거하여 정정당당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양(陽)의 굳센 기운이 자라나서 음(陰)의 흉한 기운을 끝낼 수 있도록 나아가는 것이 바른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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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해석
쾌(夬)는 씩씩하게 툭 털어내는 것이다. 다섯 양강(陽剛)한 기운이 결단하여 하나의 음유(陰柔)한 기운을 털어내는 것이다.
꿋꿋한 강경책으로 결단하되 기쁘고 유화로운 방법으로 모두를 화합(和合)하게 한다.
"왕궁의 안뜰에서 간신의 드날림이 있다"라고 한 것은 하나의 음유(陰柔)한 소인이 다섯 양강(陽剛)을 타고 있다는 의미이다.
"성실한 믿음으로 호소하여 위태로움을 알린다"라고 한 것은, 그래야만 위태로움이 환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정의로운 지지기반에 입각하여 소인배를 제거하는 인물이 폭력을 사용하면 불리하다. 신망과 화목에 흠이 되어 궁색해질 수 있으므로 폭력은 쓰지 말라는 뜻이다.
"어디를 감에 이롭다"라는 것은 양(陽)의 굳센 기운이 자라나서 음(陰)의 흉한 기운을 끝나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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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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夬 決也 剛決柔也
쾌 결야 강결유야
健而說 決而和
건이열 결이화
揚于王庭 柔乘五剛也
양우왕정 유승오강야
孚號有厲 其危乃光也
부호유려 기위내광야
告自邑不利卽戎 所尙乃窮也
고자읍불리즉융 소상내궁야
利有攸往 剛長乃終也
이유유왕 강장내종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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