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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주역 경문원전 — 제45괘 택지췌(澤地萃)

2026-04-30육효주역중급원전

들어가기에 앞서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 역시 주역 경문원전(經文原典)을 온전히 읽지 못합니다.

한문에 통달한 학자도 아니고, 수십 년을 주역만 붙들고 앉은 사람도 아닙니다. 다만 오랜 세월 이 텍스트와 씨름해온 수많은 선학(先學)들이 남긴 번역과 해설, 주석의 수혜를 입어, 그 과실의 일부를 이 자리에 옮겨 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 노고에 먼저 감사를 드립니다.

여기에 담긴 것은 방대한 주역 경문 가운데 핵심적인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원전의 모든 것을 담지 못했고, 번역과 해석의 과정에서 원문의 깊이 중 일부는 필연적으로 손실되었을 것입니다.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마음에 걸리는 구절이 생기면 그냥 넘어가지 마시고 직접 찾아보시기를 권합니다. 한자 원문을 복사해 검색하고, 다른 번역과 비교하고, 주석을 읽어보는 그 과정 자체가 주역과 가까워지는 길입니다. 한문에 능통하신 분이라면 원문 속에서 이 발췌본이 담아내지 못한 더 심오한 결을 분명 발견하실 것입니다.

주역은 읽는 것이 아니라 씹는 것이라 했습니다. 천천히, 자주, 음미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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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괘에서 64괘로

팔괘는 효(爻) 세 개로 이루어진 8개의 괘입니다. 이것을 소성괘(小成卦)라 부릅니다. 이 소성괘 두 개를 위아래로 겹쳐 만든 것이 대성괘(大成卦)입니다. 이 부분은 구조적인 내용이므로 여기서는 간략히만 밝힙니다. 8×8, 즉 64가지의 조합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주역 64괘입니다. 이 64괘의 각 괘상에 대하여 주역은 상세히 기술하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괘상의 이름과 그 의미를 함께 풀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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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괘 택지췌(澤地萃) — 연못 아래 땅, 모임의 괘

택지췌(澤地萃)는 위에 태(☱, 澤), 아래에 곤(☷, 地)이 겹쳐진 괘입니다. 땅 위에 연못이 있어 빗물이 모여들고 물가에 초목이 무성하게 자라는 형상으로, 사람과 물자가 한 곳에 모여 번영하는 모습입니다.

췌(萃)는 '모인다', '취합한다'는 뜻입니다. 구오(九五)가 중도를 지키며 육이(六二)와 호응하고, 그 주위로 효들이 차례로 모여드는 형국입니다. 왕이 사당에 몸소 나아가 지극한 정성으로 조상에게 제사를 올리듯, 구심점을 향해 모든 것이 질서 있게 모이는 것이 췌(萃)의 이치입니다.

모임에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때에 맞추어 쓰게 될 물자를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하고, 대인(大人)을 만나 올바르게 모아야 형통합니다. 천명(天命)을 따라 일하는 것이 크게 모이는 길입니다.

그러나 사람이 많이 모이면 무리가 생기고 다툼이 따릅니다. 췌(萃)의 군자는 모든 상황을 잘 관찰하여 변고에 현명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모이고 모이는 바를 살피면 천지 만물의 실정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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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해석

췌(萃)는 취(聚), 즉 모인다는 의미이다.
기꺼이 순응(順應)하는 것이다. 굳센 구오(九五)가 중도(中道)를 지키면서 육이(六二)와 호응(呼應)한다. 그래서 구오를 따라 구사(九四)가 모이고 육이를 따라 초육(初六)과 육삼(六三)이 모인다.

왕이 사당(宗廟)에 몸소 온다는 것은, 지극한 정성으로 조상에게 제사하며 형통하게 효치(孝治)한다는 뜻이다.

대인(大人)을 만나니 이롭고 형통하게 성장한다. 대인은 올바르게 모으기 때문이다.
"큰 희생물을 써야 길하니 일의 추진에 이로움이 있다"라는 말은 하늘의 이치를 따라서 일하여야 잘 모을 수 있다는 뜻이다.

모이고 모이는 바를 관찰하면 천지 만물의 실정(實情)을 들여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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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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萃 聚也
췌 취야
順以說 剛中而應 故聚也
순이열 강중이응 고취야
王假有廟 致孝亨也
왕격유묘 치효형야
利見大人亨 聚以正也
이견대인형 취이정야
用大牲吉利有攸往 順天命也
용대생길이유유왕 순천명야
觀其所聚而天地萬物之情 可見矣
관기소취이천지만물지정 가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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