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주역 경문원전 — 제53괘 풍산점(風山漸)
들어가기에 앞서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 역시 주역 경문원전(經文原典)을 온전히 읽지 못합니다.
한문에 통달한 학자도 아니고, 수십 년을 주역만 붙들고 앉은 사람도 아닙니다. 다만 오랜 세월 이 텍스트와 씨름해온 수많은 선학(先學)들이 남긴 번역과 해설, 주석의 수혜를 입어, 그 과실의 일부를 이 자리에 옮겨 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 노고에 먼저 감사를 드립니다.
여기에 담긴 것은 방대한 주역 경문 가운데 핵심적인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원전의 모든 것을 담지 못했고, 번역과 해석의 과정에서 원문의 깊이 중 일부는 필연적으로 손실되었을 것입니다.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마음에 걸리는 구절이 생기면 그냥 넘어가지 마시고 직접 찾아보시기를 권합니다. 한자 원문을 복사해 검색하고, 다른 번역과 비교하고, 주석을 읽어보는 그 과정 자체가 주역과 가까워지는 길입니다. 한문에 능통하신 분이라면 원문 속에서 이 발췌본이 담아내지 못한 더 심오한 결을 분명 발견하실 것입니다.
주역은 읽는 것이 아니라 씹는 것이라 했습니다. 천천히, 자주, 음미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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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괘에서 64괘로
팔괘는 효(爻) 세 개로 이루어진 8개의 괘입니다. 이것을 소성괘(小成卦)라 부릅니다. 이 소성괘 두 개를 위아래로 겹쳐 만든 것이 대성괘(大成卦)입니다. 이 부분은 구조적인 내용이므로 여기서는 간략히만 밝힙니다. 8×8, 즉 64가지의 조합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주역 64괘입니다. 이 64괘의 각 괘상에 대하여 주역은 상세히 기술하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괘상의 이름과 그 의미를 함께 풀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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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괘 풍산점(風山漸) — 바람 아래 산, 점진의 원리
풍산점(風山漸)은 위에 손(☴, 風), 아래에 간(☶, 山)이 겹쳐진 괘입니다. 산 위의 나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서서히 자라 올라가는 형상으로, 차례를 좇아 착실하게 나아가는 점진(漸進)의 괘입니다.
점(漸)은 '차츰 나아간다', '서서히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기러기가 질서 있게 줄지어 날아가듯, 순서를 따라 올바르게 나아가는 것이 점(漸)의 도(道)입니다. 특히 여자가 결혼하는 데 점진이 길한 것은, 예(禮)의 절차를 밟아야 바른 위치를 얻고 나아가 공(功)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편안히 관망하며 멈춤과 움직임을 온순하게 진행시켜 나아가니 곤궁함을 겪지 않습니다. 굳세면서 중심인 구오(九五)가 그 위치를 잃지 않고, 중정(中正)의 도를 펼치므로 경사가 있습니다.
세상일은 대부분 순서를 따라 올바르게 나아가야 길합니다. 남녀의 결혼과 부부의 관계도 점차 발전시켜 나아가야 가정이 화목하고 번영합니다. 나무는 보이지 않는 속도로 자라지만, 그것이 산을 높이고 세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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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해석
서서히 나아감(漸進)은 여자의 결혼에 길하다.
점진해야 바른 위치를 얻고 나아가서 공(功)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음양(陰陽)이 올바르게 나아가면 나랏일도 바로잡을 수 있다. 굳세면서 중심인 구오(九五)가 그 위치를 잃지 않기 때문이다.
편안히 관망하며 멈춤과 움직임을 온순하게 진행시켜 나아가니, 그 움직임에 곤궁함을 겪지 않는다.
점(漸)괘는 차례를 좇아 나아가는 상(象)이다. 세상일은 대부분 순서를 따라 올바르게 나아가야 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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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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漸之進也 女歸吉也
점지진야 여귀길야
進得位 往有功也
진득위 왕유공야
進以正 可以正邦也
진이정 가이정방야
其位 剛得中也
기위 강득중야
止而巽 動不窮也
지이손 동불궁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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