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주역 경문원전 — 제61괘 풍택중부(風澤中孚)
들어가기에 앞서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 역시 주역 경문원전(經文原典)을 온전히 읽지 못합니다.
한문에 통달한 학자도 아니고, 수십 년을 주역만 붙들고 앉은 사람도 아닙니다. 다만 오랜 세월 이 텍스트와 씨름해온 수많은 선학(先學)들이 남긴 번역과 해설, 주석의 수혜를 입어, 그 과실의 일부를 이 자리에 옮겨 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 노고에 먼저 감사를 드립니다.
여기에 담긴 것은 방대한 주역 경문 가운데 핵심적인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원전의 모든 것을 담지 못했고, 번역과 해석의 과정에서 원문의 깊이 중 일부는 필연적으로 손실되었을 것입니다.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마음에 걸리는 구절이 생기면 그냥 넘어가지 마시고 직접 찾아보시기를 권합니다. 한자 원문을 복사해 검색하고, 다른 번역과 비교하고, 주석을 읽어보는 그 과정 자체가 주역과 가까워지는 길입니다. 한문에 능통하신 분이라면 원문 속에서 이 발췌본이 담아내지 못한 더 심오한 결을 분명 발견하실 것입니다.
주역은 읽는 것이 아니라 씹는 것이라 했습니다. 천천히, 자주, 음미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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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괘에서 64괘로
팔괘는 효(爻) 세 개로 이루어진 8개의 괘입니다. 이것을 소성괘(小成卦)라 부릅니다. 이 소성괘 두 개를 위아래로 겹쳐 만든 것이 대성괘(大成卦)입니다. 이 부분은 구조적인 내용이므로 여기서는 간략히만 밝힙니다. 8×8, 즉 64가지의 조합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주역 64괘입니다. 이 64괘의 각 괘상에 대하여 주역은 상세히 기술하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괘상의 이름과 그 의미를 함께 풀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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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괘 풍택중부(風澤中孚) — 바람 아래 연못, 내면의 믿음
위에 손(巽, 風)이, 아래에 태(兌, 澤)가 놓인 중부(中孚)는 마음속 깊은 믿음을 뜻한다. 괘의 형상을 보면 위아래 두 괘가 입을 마주 대고 있는 모양이며, 가운데 두 효(三·四爻)가 비어 있어 마음을 텅 비운 모습이다. 그 빈 자리가 오히려 진실한 믿음의 자리다. 부드러운 효가 안쪽(三·四爻 자리)에 있고 굳셈이 중위를 얻었으니, 기쁘게 순종하는 마음으로 온 나라가 감화된다.
중부의 믿음이 대단한 것은 그 도달 범위 때문이다. 돼지나 물고기처럼 미천하고 말이 통하지 않는 존재에게까지 믿음이 미친다. 빈 나무배처럼 마음을 비우고 진실하게 대하는 자는 큰 강도 건널 수 있다고 했다. 말이나 꾸밈이 아니라 마음 자체의 진실성이 상대에게 전해지는 것, 그것이 중부의 감화력이다.
사람 사이의 믿음은 사회를 받쳐 주는 기둥이다. 형벌로 사람을 복종시킬 수는 있어도 마음까지 얻을 수는 없다. 진실성으로 감동시키는 것이 형벌보다 낫다는 가르침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무언가를 얻으려는 계산 없이 순수하게 마음을 열고 진실하게 대하는 것, 그 단순한 행위가 중부이며 주역이 가르치는 인간 관계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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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해석
중부는 부드러움이 안에 있고 굳셈이 중위를 얻었으니,
기쁨과 겸손함으로 온 나라가 감화된다.
돼지와 물고기에도 길하니, 믿음이 돼지와 물고기에까지 미치기 때문이다.
큰 강을 건넘이 이로우니, 나무배가 비어 있기 때문이다.
중부로써 바름이 이로우니, 이에 하늘에 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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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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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孚 柔在內而剛得中
중부 유재내이강득중
說而巽 孚乃化邦也
열이손 부내화방야
豚魚吉 信及豚魚也
돈어길 신급돈어야
利涉大川 乘木舟虛也
이섭대천 승목주허야
中孚以利貞 乃應乎天也
중부이이정 내응호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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